파스타를 먹고 영화 미키 17을 보고 교토 말차 아이스크림까지 먹은 하루였다. 난 이은주와 있으면 말이 많아지고 평소보다 들뜬다. 유달리 이 친구와 만나면 내가 신나 하는 게, 왜 그런가 좀 생각해 보았다.  은주는 내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 나는 은주한테 경청이 좋은 덕목이라는 것을 느낀다. 말하는 게 싫어서 듣는 거라고 하는데, 자기 말만 하고 싶어 하는 세상이기 때문에 듣는 미덕이 더 돋보인다. 그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고, 생각해서 말하는 게 아니라 그냥 평소 속에서 하고 싶었던 말이 뱉어진다. 그러면서 말도 많아진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이 친구를 편하게 생각하는 만큼 걔도 날 그렇게 생각할지. 그래줬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내가 이 사람이 편한 이유는 그 사람이 그 만큼 날 맞춰주기 때문이라는 말을 유튜브에서 들었다. 그런 거라면 정말 미안한데 말이야. 부디 너도 내가 편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서 광대처럼 웃겨주잖아;

 

친구랑 얘기하다가 눈물나게 웃은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좀 소중한 시간이고, 나한테 필요한 시간이었다. 혼자 하는 모든 일에 권태를 느끼고 있었다.  혼자 가는 전시회, 혼자 먹는 밥, 혼자 가는 카페. 좀처럼 여유 없는 애인과 꿈을 향한 인고의 시간들이 좀 외로웠다. 이 외로움을 누가 알아주랴. 이 모든 것을 내가 감당해야 하는 것을. 내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이 외로운 인생에 이만큼 같이 웃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다시금 깨닫는다. 오래오래 보자 우리.

I'm lucky to have met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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