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 이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비싼 그림을 그린 화가 일 수도 있고, 이상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일 수도 있다. 나 또한 피카소의 그림을 보며 이것이 아름답다거나, 나에게 깊은 인상을 준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정말 예술의 세계는 내가 알다가도 모르겠군... 하며 머릿속에 휘발돼 버린,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었다. 그런데 그림 입문서인 <미술관에 가고 싶어지는 미술책>을 읽고 피카소의 그림에서 뜻밖의 메시지를 읽었다.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은 다섯 여자가 서 있거나 앉아 있는 모습의 그림이다.  뒤로 등진 여자가 얼굴을 보여주고 있고, 배경도 명확하지 않다. 마치 정육면체를 쭉 펼쳐 평면도를 그린듯한 그림이다.(그래서 이 그림을 '프리즘의 시작'이라고 한다) 피카소는 보이지 않는 부분도 그림으로 그렸다. 이 그림과 프리즘을 간략히 설명한 뒤 저자는 아래와 같이 말한다.  

 

'가만히 앉아서 상대방을 관찰하면 우리는 그 사람의 한 면밖에 볼 수 없다. 하지만 내가 정성을 들여 움직이면 그의 모든 면을 입체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또 내가 그를 무조건 나쁜 사람으로 보고 절대로 내 마음을 움직이지 않으면, 그는 나에게 영원히 나쁜 사람이 되고 만다. 하지만 피카소처럼 한 사람의 여러 면을 다양하게 관찰하다 보면 그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다. 그 모든 면을 주의 깊게 바라보는 것, 그것이 입체적으로 보는 것이다.'

 

'피카소가 말하는 것 같다. 사실 저 연인들의 모습이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이라고. 때로는 착하고, 때로는 모질고,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웃는 우리의 모습. 우리의 모습은 결코 한 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모습이 합쳐져 존재하는 것이라고. 그래서 괴물처럼 보여도 사랑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이 이야기를 통해 회사 사람, 남자 친구, 엄마, 그리고 멀어져 연락하지 않은 친구... 사람들이 생각이 났다.

내게 보여지는 면이 전부가 아닌 사람들, 나는 가끔 사람을 겉만 보고 행동 하나만 보고 판단하진 않는지. 물론 모든 사람을 다 사랑하고 품을 필요는 없지만, 한편으론 너무 속 좁게 지레 사람들에게 선을 긋고 냉소적이게 대하진 않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또한 나 자신의 모순적인 면모를 생각했다. 난 내가 착한 사람인 것 같다가도 나쁜 사람인 것 같고, 정의롭다가도 비열해지고, 진실되 보여도 꾸미는 게 많고... 내 안의 도덕적 기준은 높아서 모든 면에서 성실하고 착한 사람이고 싶다가도, 치열한 출근길에 누가 발이라도 밟으면 다 총으로 쏘고 싶고...

내 자신의 이해하지 못할 면모에 대해 조금은 이해하게 된지도. 나라는 사람도 다양한 모습이 합쳐진 집합체니까.

 

그림을 통해 이런 생각을 하다니... 미술관에 정말 가고 싶어지는 책이다. 

 

피카소의 그림을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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